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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나온 파릇파릇한 신간,

<은둔형 폐인 영애는 말이 통하는 성수지기(引きこもり令嬢は話のわかる聖獣番)>.

결론부터 말하면... "아, 이런, (여러 면에서) 10대 때 읽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저자는 야마다 도코(山田桐子, 발음대로면 야마다 토우코)님입니다.

<소설가가 되자>에서 <제3왕자는 발광체이오니 직시 주의!(第三王子は発光ブツにつき、直視注意!)>로 데뷔.

...아마 저런 제목일 겁니다. 실제 읽지는 않아서 정확히는...

총 3권으로 <제3왕자> 시리즈 완결 후 새로 시작한 작품이 <성수지기>입니다.

 

 

내용은 이런 류의 라노벨이 그렇듯 제목에서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워즈워스 왕국이란 나라에는 '성수'가 존재합니다.

과거 드래곤이 멸종하기 직전, 다양한 생명체로 형태를 바꾸어 후손을 남겼는데(!)

드래곤의 피가 강하게 발현된 동물은 '성수'로 태어납니다.

기반이 되는 동물보다 덩치가 크고 강한 능력을 지닌 특이한 생명체로 국가관리생물.

성수가 인간 파트너를 발견해서 인간이 주는 이름을 받아들이면

성수와 인간이 한 세트로 기사로서 복무한다... 는 설정입니다. 별 특징 없죠.

 

주인공 "뮤리엘"은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입고(딱히 자세히 설명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8년 정도 방에 틀어박혀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은둔형 폐인 아가씨입니다.

은둔형 폐인이라도 사교 행사에 나가지 않을뿐 외출은 하고 가족과는 교류합니다만.

갑자기 어머니가 앓아누워서, 병원비에 보탤 겸 왕궁 사서로 취직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면접을 보는 상관, "사일러스 에리카"란 분이 엄청난 미남입니다.

그것도 '정통 왕자님' 계열 말고 '밤의 왕자님' 계열. 왠지 모르게 19금.

얼굴, 눈빛, 숨소리가 향기까지 너무 하나하나 색기가 흘러 넘쳐서 기절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필사적으로 현기증을 참으며 면접을 보았는데,

2차 면접이라며 예비 상관은 당근을 건네 주었습니다.

축사에 들어가서 가장 안쪽 칸에 당근을 주고 나오면 채용이라고 합니다.

 

사서 면접인데 왜 당근? 왜 축사?? 가장 안쪽 칸???

시키는 대로 가 보자 가장 안쪽 칸에는 새하얀 털 복슬복슬한 거대 토끼가 있었습니다.

"헉! 귀여워 귀여워! 귀여운 토끼야! 여기 봐!"

돌아보는 거대한 토끼. 토끼의 오른쪽 얼굴에는 거대한 흉터.

"귀여워?! 눈은 달고 다니냐, 어디서 토끼는 귀엽다는 고정관념 강요하고 있어! 물어 버린다!!"

 

그렇게 뒤늦게, 뮤리엘은 자신이 사서 면접이 아니라 "성수지기" 면접을 받았다는걸 알았습니다.

성수들을 돌봐 주는 성수전용 마굿간지기의 시험이었던거죠.

성수지기는 성수 전원의 합격을 얻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후보자들이 줄줄이 면접 탈락.

참고로 19금 예비 상관은 기사단장이라고 합니다. 토끼의 파트너.

그리고 뮤리엘은 성수들이 처음 보는 '말이 통하는 인간'입니다.

"오오, 말이 통하는건 좋지!" "자, 그럼 네가 우리 성수지기 하렴."

"다른 후보는 이제 눈에 차지 않을 것 같아, 네가 좋아."

 

이리하여 은둔형 폐인 아가씨는 책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1) 성질 더러운 거대 토끼와 (2) 마음은 소녀인 멧돼지와 (3) 오만한 신사 매와

(4) 자존감 바닥인 늑대, (5) 게으름이 인생의 낙인 두더지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뭐, 대충 여기까지가 미리보기 분량입니다.

남자 주인공 "사일러스 에리카"가 나왔을 때의 묘사가 너무 웃겨서(!) 망설였으나

성수들이 재미있어 보여서 구매했는데...

......미묘하게 실패였어요. <용기사의 취향>류 힐링물을 기대했습니다만...;;

 

일단 성수들은 귀엽고, 캐릭터도 나쁘지 않습니다. 성수의 파트너들도 괜찮아요.

그런데 의외로 연애 비중이 커서 남주가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나올 때마다 여주가 기절 위기에 처하면서 계속 '색기 만발' 묘사가 반복.

"어른의 계단 100단 쯤에 올라서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것 같다"

"난 지금 겨우 1단 올라선 애송이다" "20단한테 단장님의 이 모습은 무리야" 등등.

단장님도 맞장구쳐서 "그럼 오늘은 10단 올라가 볼까"

죄송합니다, 어른의 계단을 너무 많이 올라온 저한테는 좀 힘들었어요.

아니 세상에 신체 부위에 따른 키스의 ##가지 의미라니, 도대체 마지막으로 들은게....

...아마 제가 중학생 때... 잘 잡아도 고등학생.......?

 

막판엔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에 더불어

"여주를 쫓아가겠다면 먼저 나를 쓰러뜨려라!"

"결투에서 이기면 여주는 내가 받는다!"

"일단 친구부터 시작해요!".... ....아니 무슨 총집합인거죠, 이거....?

.....여러모로, 제가 중학생 때 읽었더라면 재미있었을 소설이었습니다.

뭐죠, 귀엽기는 한데 그냥 읽고 나면 별 감상이 남지 않는..? 개그로 생각하면 나름 허용선일까요...?

 

성수들은 귀여웠는데...... 아쉽습니다.

나름대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역시 제 취향은 베스트셀러는 아닌가봐요.

아니면 제가 너무 연령대 낮은 소설을 잘못 집어 버린거겠죠. 헛헛헛.

 

 

추가로 삽화도 조금 제 취향은 아닙니다. 작가님의 취향이었다고는 하는데...

여주가 16세, 남주가 26세인데 여주는 좀 더 어리고 남주는 색기가 부족합니다.

일러스트가 섬세하다기보다는 귀여운... ..쪽을 노린 듯도 한데...

본문 내용과 일치하지 않거나 동물 묘사가 건성이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삽화도 제게는 합격선이 아니었습니다.

내부 삽화는 표지 삽화의 선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생각해 주시면 비슷합니다.

미리보기 분량에 2매나 들어갔을 정도로 삽화도 많은데 말이죠.

표지나 속표지를 보면 삽화가분이 흑백보다는 컬러 일러스트에 강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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